2024년 2월 13일(화)
손자(4번)랑 둘이서/자동차
진관사-응봉능선-돼지바위-사모바위-비봉아래-진관사 삼거리-진관계곡-진관사.. 5.9km
am 09:23~pm 4:15... 6시간 51분
이제 3학년이 되는 작은 딸네 큰 녀석이 할머니랑 산에 가고 싶다면서 올겨울에 한번 데려가 달라고 조른다.
에구~~ 손자 등산 케어는 끝난 줄 알았는데... 복병이 나타났네...ㅎㅎ
겨울산행은 준비할게 많은데 이 녀석은 장비도 없고 산행경력도 전무하니 내심 난감하다.
그래도.... 손자가 가고 싶다니까.... 내가 제주 내려가기 전 12월 중에 데려갈까 싶어서 중고거래로 등산화를 하나사고...
가지고 있는 아이젠 중에서 제일 작은 거를 신겨봤더니 쌍둥이때처럼 끈으로 묶으면 어지간히 커버가 될듯하여
준비해 놓고 날씨를 검색해 보는데 계속 기상악화에다 날씨가 되는 날은 서로 일정이 꼬여서 2월까지 넘어왔네..
오늘은 기온도 오르고 바람도 그다지 많이 않으며 날씨도 좋다고 하여 산행 디데이로 잡고 마음준비를 시켰다.
원준이 아침 먹여서 공부하러 보내고 자동차를 가지고 딸네 집으로 가서 아이를 태우고 진관사에 왔다.
사실.... 원래는 원효봉으로 가려고 했는데 지난주에는 아이가 빠지기 애매한 방과 후 수업이 있어서
나 혼자 원효봉에 다녀왔으니 연속으로 또 가기는 싫어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비교적 산행거리가 짧고 산행 난이도가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응봉능선을 선택했다.
네 번째 손자 녀석 대단한 결심을 한 처녀산행 출발 전 인증숏 한 장~~
손자 녀석은 앞으로 있을 고난을 모른 체 아직은 신바람으로 열심히 올라간다.
스틱 하겠다고 해서 직접 길이 조정하라고 시켜보고...
지 장갑 놔두고 맞지도 않는 할머니장갑 굳이 끼고서.....ㅎㅎ
슬랩으로 오르는 중~~
슬랩을 다 올라와서 내려다본 은평한옥마을이다.
10시 34분
삼천사 갈림길 도착
산행 한 시간이 조금 지나고 거리는 쥐꼬리만큼 왔는데 손자 녀석은 이미 힘들고 지쳐서
집에 가고 싶다고..... 그만 돌아가면 안 되는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산행은 이렇게 힘든 거고 이왕에 왔으니까 오늘은 목표한 곳까지 가보자고 얘기하면서
힘내보라고 살살 달래서 다시 전진이다.ㅎ
여기에 오니까 집에 가는 건 포기했는지
이렇게 큰 바위가 있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하며 폴짝 올라가서 사진도 예쁘게 찍고....
눈이 있는 산도 멋지다며 사진 찍어달라고... 귀여운 놈....ㅎㅎ
조금 전에 사진 찍었던 바위 뒤쪽으로 올라간다.
여기가 조망 맛집이니... 손자녀석도 사진 삼매경에 빠져서 여기저기 풍경을 담는다.
세워놓고 인증숏을 담고...
옆에 와서 또 인증숏~~
손자가 찍어줘서 나도 인증숏~
아무런 표식도 없는 응봉정상을 지나간다.
돼지바위 가기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느라고...
아이는 처녀산행에 힘겹게 움직이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니 내 마음이 아픈데
단체산객 한 팀이 손자 한테 대단하다며 칭찬을 푸짐하게 해 주시며 지나간다.
사모바위 900미터
아이한테 사모바위까지 갔다가 내려올거니까 힘내 보자고 용기를 주고....
힘내서 올라가는 중~~
아이도 욕심이 생겼는지 집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꿋꿋이 잘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개고생 시작...
평소에도 팔 힘을 조금 써야 올라갈 수 있는 경사인데 얼음이 살짝 얼은 곳이 부분적으로 있으며
그 얼음이 일부구간엔 녹아내리면서 물이 흐르고 있으니..
이곳을 오르는 난이도가 훨씬 높아져있는 여기를 아이까지 데리고 오르는 게 쉽지 않다.
밑에서 손으로 밀어주면서 아이 한 칸 올려놓고 나도 한칸 오르고를 반복하면서
힘겹게 올라와서 내려다보니...
이코스로 계획을 잡으면서 왜 이 구간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은게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
지나온 길을 내려다본다.
손자 녀석의 작은 발과 가늘한 다리로 무사히 여기까지 온게 대견하다.
어찌됐던 무사히 안전지대로 올라와서 한숨 돌리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풍경도 즐긴다.
뒤쪽에 비봉능선과 오른쪽으로 기자능선이며 앞에는 관봉아래로 웨딩바위가 있다.
아까 올라오면서 웨딩바위를 알려줬더니 바위가 너무 큰데 진짜 그렇게 생긴 것 같다며 무척 신기해한다.
앞에 승가능선이며 뒤쪽엔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
손자 녀석은 북한산엔 봉우리가 하나인줄 알았던듯하다.
이렇게나 봉이 많다고 알려줬더니 놀라워하면서 할머니는 어디 어디 가봤느냐고 물어본다.ㅎ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 보니 돼지바위 앞에 왔다.
화살표 방향으로 올라오는 비탈바위에 얼음이 많이 있어서 간이 오드라 들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졸아있는데
아까 스쳐간 단체산객이 점심을 드시고 올라오더니 "아고 여기에 계시네요~~!" 하더니
버벅대는 우리를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잘 왔고
그분들 중에 한 분이 사진도 두루두루 담아주셔서 단체샷도 몇 장 남길 수 있었다.
돼지바위..
여기 비탈바위를 내려갈 자신이 도저히 없으니까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서 정탐으로 진행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올라올 때도 애먹은 구간을 어찌 내려가야 하나 하고 내심 심란해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도와주신다고 돼지바위로 함께 내려가자고 하시더니 아이만 데리고
후다닥 내려가시는데 속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사진 찍으라고 이렇게 시키기도 하시고....
아이를 안고 저곳에 가셔서 앉혀놓으니
아이는 무서워서 벌벌벌...
아이를 쳐다보는 나도 가슴이 졸여서 벌벌벌...
내가 내려오는 걸 도와주시더니 마치 일행인 양 손자를 데리고 산행을 해버리신다.
저기서 내려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저기 내려오는게 역시나 무서워~~~
위험구간 데리고 갈테니 어서 오라고 하시는 중에 막간을 이용해서 손자 인증숏
일행인 양 얼음경사길을 데리고 올라오셔서 여기 직벽바위도 데리고 올라가시는 중~
너무도 감사하게 사모바위까지 데리고 와주셔서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름 모를 산악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까 돼지바위포인트로 올라갈 때도 상당히 미끄러웠는데 여길 어찌 다시 내려오려나 심란했었고
돼지바위를 지나서 직벽바위까지 오는 길도 얼음이 만만치않에 덮여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분들이 손자를 케어해 주시는 바람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으며
여기 직벽바위도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또 한차레 몸부림이 있었을게 뻔한 상황이었으니
이분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나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았다.
너무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수없이 하고 이분들과 헤어지는데 우리 보고 어디로 내려갈 거냐고 물으신다.
그래서 진관계곡으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거긴 얼음이 많을 테니 구기동 쪽으로 내려가서
택시로 이동하라는 조언까지 남기시고 떠나셨다.
.
무모한 저희들의 산행에 큰 도움을 주신 산악인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비봉
관봉과 웨딩바위
사진 몇 장 찍다가 아이가 안보이길에 돌아보니까 안내판을 보면서 산봉우리 알아보는 중~~
1시 15분 사모바위 도착
손자 녀석은 어느새 조르르 달려가서 사모바위를 구경하더니
저 바위는 어떻게 저렇게 생겼느냐고.... 신기해한다.
아까 올라오면서 사모바위가 왜 사모바위냐고 물어보길래 "사모관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 주고..
잠시 앉아서 쉬면서 떡 하나씩 먹고 일어서서 비봉 방향으로 간다.
아이를 데리고 왔으니까 역사의 현장을 들려가기로...
비봉아래에 도착했다.
오늘은 손자를 충분히 고생시켰으니까 코뿔소바위도 안 올라가는 것으로...
아이는 여기까지 온 게 뿌듯했는지 아빠랑 영상통화하고 싶다고 하더니 비봉영상을 비춰주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을 지나가는 산객들이 이 상황에 아이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을 신통해하며 칭찬세례가 쏟아지는가운데
어느 분은 간식도 나눠주시고...
비봉을 지나면서는 응달에 얼음길이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간다.
진관사 능선길 진입로
아무래도 여기가 더 힘들 것 같아서 계곡길로의 하산을 선택을 했다.
이부근에서 또 아주머니부대의 집중사랑으로 간식세례를 받았다.
오른쪽 진관계곡으로 진입이다.
웨딩바위..
손자 녀석에게 내려갈 때는 웨딩바위 아래로 지나갈 거라고 이야기해 준 걸 기억하고 조잘조잘....
여기까지는 바닥에 눈이 많아서 상당히 미끄러웠는데 눈이 살짝 녹아서 물컹거리는 곳이 많으니
아이젠이 밀리기도 하고 끈적거리는 느낌도 있고 그랬다.
한참 내려오다가 아이젠 벗고 오는데 손자 녀석이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지면서 톡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가슴을 찧어서
상당히 아파해서 나도 엄청 놀라고 안쓰럽고.... 물 한 모금 먹이고 가슴을 문질러주기도 해보고..
한참 앉아서 쉬더니 이젠 걸을 수 있겠다며 다시 일어서서 걷는데 내 가슴이 짠하고 아리다.
아픈 것도 잘 참고 씩씩하게 걸어서 하산하는 중~
뒤돌아보니 하늘이 예술이다.
저 스스로도 힘든 산행을 이겨낸 게 대견했는지 여기서 사진 하나 찍고 가야 된다고....ㅎ
아침에 들어갔던 들머리를 지나고...
마지막 인증숏을 남기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데 벌써 10살이 된 우리 손자 "재이"
할머니가 무리하게 계획한 코스에
너무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해낸 처녀산행에 박수를 보내며.....
.
차 타고 돌아오면서 한옥마을 편의점에 들러서 간식도 하나 사주고
오늘 산행의 소감도 물어보니 너무 힘들기는 했지만 좋았다고 한다.
오늘 많이 힘들어서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생각은 없겠다고 했더니
아니라며 다음에 할머니랑 또 갈 거라고 한다.
코 꼈네ㅎ
.
손자 10살 인생에서 젤 길게 많이 걸은 날이 된 오늘이
이 녀석 가슴에도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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