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1일(토)
정준이랑/자동차.. 서울대 환경공학 연구소 앞 주차(유료)
자운암 능선-연주대-버섯바위능선
4.55km??
am 9:22~pm 5:16.. 7시간 53분
이유가 있어서 정준이가 당분간 서울에서 공부를 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천천히 밝히 기로 하고...
아이가 주중에는 공부에 매달리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고 나도 덩달아 발이 묶인 상황이 됐다.
주말을 맞이하여야~~~ 금 무박으로 장거리 산행을 생각도 했었지만... 너무나 피곤한 아이를 끌고 그러는 것도 아닐뿐더러
봄 내내 잔병에 시달리던 내가 코로나까지 격고 나니까 체력이 바닥을 쳐서 운전하고 긴 산행을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주변 산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정준이가 지난번 비봉에 올랐던 기억이 참 좋았는지
바위 탈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너무나 화창한 날씨에 북한산엔 어느 골짜기 어느 능선에도 사람이 넘쳐날듯하고...
그나마 사람적은 코스를 고를 수 있는 관악산 당첨이다.
건설환경 연구소 앞에 오니까 사람들이 바글바글...
평일 산행을 주로 다녔던 우리 손자는 웬 사람이 이렇게 많으냐고 깜짝 놀란다.
여하튼~주차해놓고 정상부를 담고 9시 22분 산행 시작이다.
자운암 능선과 연주대를 직통 올라갈 수 있는 계곡길 삼거리를 지나고...
막상 산길에 들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무척 힘들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꾸역꾸역 올라오다 보니 건너편 삼성산이 시원하게 보이니 기분은 좋구나~
시작점을 내려다보면서 한참 쉬고...
중고 등산화(k2)를 하나 준비해줫더니 이 녀석 바위에 달라붙어보는 재미를 붙여서 바위만 보면 자꾸만...ㅎㅎ
올라간다...ㅎ
첫째는 내가 힘들어서 자꾸만 멈추게 되고
둘째는 손자 녀석이 바위마다 올라가 보느라고
10시 09분에서야 침묵의 얼굴바위 도착이다.
정준이는 또 저기로 가는구먼...
토끼바위에서 인증숏도 담고...
정준이는 이렇게...ㅋ
왼쪽부터 자운봉, 연주대 부근 기상레이더와 kbs 통신탑 등 정상부가 한눈에 보인다
여기도 그냥 못 지나가고..
여기까지만...
또 다른 바위..ㅎ
손자 덕분에 지난번 비봉 정상에 올랐을 때 기분이 좋았길래 오늘은 자운봉에 오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지가 도와줄테니까 올라가자고 한다.
거북바위 통과
날씨가 좋아서 건너편 삼성산 전체가 또렷하게 보인다.
왕관봉을 내려다본다.
자운봉으로 올라가는 길..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정준이는 왼쪽으로 나는 여기로 올라간다.
자운봉 앞에 도착했는데 정준이가 안 보인다.
손자 찾았다니는 중~
각자 다른 곳에서 찾아다니다가 만나서 첨으로 자운봉에 올라본다.
여긴 그냥 올라갔는데...
마지막 직벽에 정준이는 후딱 올라가서 나보고 올라오라는데...
마지막 관문을 못 넘겨서 바라만 보고 있었더니
정준이가 다시 내려와서 받쳐주고 다른 산객이 위에서 끌어줘서 간신히 올라왔다.
야호~~~~ 어쨌든 여기도 발자국을 찍었으니 나도 출세했네 ㅎ
인증숏 찍어준다고 다시 올라가라고 했더니 어느 남자분이 내가 헤매던 구간에서 못 올라오고
정준이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그분 끌어올려주는 중~
인증숏~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중...
내려와서 올려다보니 새 한 마리가 내려다보고 있네.
이렇게 내려왔다.
혹시나.... 다음에 또 오르게 된다면 이쪽이 훨씬 나을듯하다.
클라이머들의 훈련장에 관심이 엄청 많은 우리 손자....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면서 손자에게 알려주니 바윗길이 많아서 재미있겠다면서 좋아한다.
글러브 바위를 지나고..
오늘은 전투식량(라면 애 밥/떡국애밥) 이렇게 두 개를 준비해왔는데
정준이가 신기하다면서 먹어보겠다고 해서 준비해놓고 나는 입맛이 없어서 두유만 한 개 먹겠다고 했다.
신바람 나게 익는 중~~
정준이 꺼는 곱빼기로 준비해서 그런지 설명서에 쓰여 있는 것보다 물이 많이 필요하다...
약 700미리정도 들어간것 같다.
나는 쉬고 정준이는 먹으면서 40분 넘게 머물고 일어선다. 12시 45분 출발
자운봉을 올라갔다오느라고 너무 힘들었나..?
그렇지 않아도 빌빌 거리는 체력이 점점 더 기운이 없어지면서 걷기가 힘들다...ㅠ
날씨가 점점 좋아지니 마음으로 힘을내서 걷는다.
혈기왕성한 정준이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할머니 발걸음이 답답하겠지만 불평불만은 커녕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다가도 바윗길이 나오면 신나게 올라간다.ㅎ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시원하고 좋네..
사당 능선
사당 능선 연주암 방향
서울시내와 한강 그리고 북한산에 흰구름과 함께 환상적으로 보인다.
버섯바위, 학바위 팔봉능선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몸이 허락한다면 팔봉능선을 타는 게 좋겠지만 오늘 몸상태로 본다면 중탈을 해야 될 듯하다.
1시 30분 연주대 도착
줄 서서 인증숏을 찍을 필요가 없으니까 정준이만 저위로 가보라고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으면서 말바위능선으로 간다.
아이스크림 값이 2,500원으로 500원이 올랐다.
말바위 능선
앞에 곰바위 랑 kbs통신탑
쉬어갈 겸 사진놀이를 한참 한다.
힘들지만 웃자~~~ㅎ
점심을 안 먹어서 더 그런가?
기진맥진해서 걸을 수가 없는데 아직도 밥은 먹기 싫고 말바위 쉼터에서 빵 한 조각 먹으면서 또 40여분을 쉬고 깔딱 고개
4거리에 도착하니 2시 40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사람들을 피해 곰바위를 넘어서 버섯바위능선으로 내려갈 생각에 직진을 했는데
여기서 계곡길로 갈걸~~~~~그리고 물도 하나 살걸~~~~~나중에 엄청 후회했다.
쉬면서 빵 한 조각을 먹어서 그런가 살짝 기운이 생기길래 밧줄을 잡고 곰바위에 올라왔다.
오늘같이 날씨 좋은 날 이조망을 보러 여길 올라왔다.
연주대와 용마 능선
정상부만..
자운암 능선과 연주대
곰바위를 내려와서 소머리 바위로 올라가는데 이 녀석은 굿이 여기로...
나는 옆쪽에 조금 쉬운 곳으로 올라가는데 정준이가 손 잡아준다고 기다리고 있다.
살살 올라갈 수 있어서 손을 잡진 않았지만 할머니를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이 흐뭇하다.
인증
당연히 우회로가 있지만 이왕이면 삿갓 승군도 넘어간다.
내가 또 지쳐하니까 정준이가 저 위는 그냥 지나가 자고 한다.
오늘 컨디션이 웬만했으면 걸었을 팔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바위 국기대를 당겨보고..
여기서부터는 물도 여유가 없고 나의 체력도 한계가 와서 정말 퍼지기 직전이다.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물 준비가 내가 헤매면서 산행시간이 이 정도로 길어질 줄은 모르기도 했고
날씨도 상당히 더운데다 아까 전투식량에도 생각보다 많은 물이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이렇게 헤매게 될 줄 알았다면 아까 깔딱 고개에서 바로 하산해야 했고... 물도 보충을 해야 했다...
순간에 판단 미스에 후회가 밀려온다.
헤매느라 이티 바위도 우회로 내려와서 정준이만 이티바위 보러 가는 중..
체력이 한계를 느끼니까 멘털도 흔들려서 잘 다니던 길인데도 자꾸 헷갈려서 오락가락하니 더 힘들고..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때 이미 물은 없다.
내가 기진맥진해서 어쩔 줄 몰라하니까 정준이가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배낭을 메고 가는 게 힘들 테니까
조금이라도 힘이 덜 들게 내 배낭을 저에게 달라고 한다.
손자의 마음이 예쁘지만 일단은 그냥 가겠다고 하고
뒤돌아서 이티 바위를 당겨본다.
4시 43분 버섯바위 통과
정준이가 여기서부터 외길이냐고 물어보더니 지가 먼저 내려가서 차에 있는 물을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자동차 키를 달라고 한다.
그냥 같이 가자고 해도 괜찮다면서 자꾸만 차키 달라고 해서 후다닥 앞으로 달려 내려간다.
다 왔다...
다리 건너서 조금 내려갔더니 정준이가 물통을 들고 뛰어올라와서 갈증을 해결하고 자동차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예전에는 내가 애들 챙겨서 다니느라고 정말 힘들었었는데 이젠 상황이 정말 역전돼서 손자의 보호를 받으니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집에 돌아오는 자동차에서 할머니가 이젠 완전히 늙어서 산행도 못하게 된 것 같다면서 살짝 슬프다고 했더니..
이 녀석 하는 말이...
"할머니가 계속 아팠었고 산에서 너무 못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거지 잘 먹고 쉬면 또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위로까지 해준다.ㅎ
몸만 큰 게 아니라 마음도 많이 컸네...
댓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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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은2022.06.14 14:42
눈에 익은 자운암능선의 바윗길....손자 정준이와 다녀오셨군요!
어느새 이제는 보호자가 뒤바뀌어 이제 할머니를 리딩하는 역할로 든든합니다.
학업을 위해 이제 서울로 올라왔나보네요!
깨끗한 하늘에 예쁜 구름까지 산행하시기 좋은 날씨에 사진도 에쁩니다.
여신님, 사진 잘보구 갑니다!^^-
자유의 여신~!!2022.06.15 11:26
짧으면서도 암릉도 있고 조망이 좋아서 거기를 선택했는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나이를 먹어가고 손자들은 무럭무럭 커가는 애들이니까 입장 바뀌는게 순리이긴 하죠~
정준이는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하려고 당분간 서울에서 공부를 하게 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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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2022.06.14 15:33
이렇게 맑은 날엔 곰바위 정상에 올라가신게 정답이십니다.ㅎㅎㅎ
곰바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악을 볼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정준이의 위로의 말이 위로의 말이 아니고 사실을 말했단 생각입니다.
당분간 살살 조심히 움직이며 컨디션 회복하시면 다시 그전처럼 쌩쌩다니시리라 믿습니다.
자운봉 정상 국기대 잡는 산꾼이 의외로 많치가 않습니다.
컨디션 난조에도 국기대 잡고 내려오신 여신님~!! 화이팅입니다.~^^-
자유의 여신~!!2022.06.15 11:30
곰바위랑 소머리바위를 그냥 지나는게 예의가 아닌듯해서....멋진 조망 본 댓가로 제가 고생을하긴 했지만 지나고보니 그것도 벌써 추억이네요.
저는 몸치에다 겁도 많아서 자운봉 정상 올라가는게 무척 어렵더라구요...
쌩쌩.....ㅋㅋ
당분간은 살살 몸추스리고 지리,설악은 훗날을 기약해야될듯 싶어집니다.
늘 용기와 격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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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향기2022.06.16 19:11
몸 컨디션이 좋치 않으셨는데 자운암 능선길을
가셨네요 ㅠ
할머니를위해 물을 가지러 뛰어가는 손주의 마음이 너무 너무 이쁩니다
어느새 할머니를 케어할 만큼 자랐는지
저는 손주들 볼때마다 영상 앨범 산이라는 프로에방송되던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던 그 꼬맹이들 생각이 납니다
가슴 뭉클했어요~
여신님!!!
늘 건강하세요~!!
아프지 마시구요~~
그래야 좋아하시는 등산 하시잖아요~
만난 저녁식사하시구요
편안한 저녁되세요~~-
자유의 여신~!!2022.06.17 11:12
손자녀석이 바윗길로 가자고해서요~
어려서부터 비비적거리고 살아서 그런지 애들이 저를 잘 따르는편이죠..
할머니가 퍼질까봐 얼마나 걱정을 하던지...
2학년때는 설악산 대청봉을 찍었으니까 삼대 명산 다 가보겠다고해서 초등학교 3학년때 쌍둥이랑 쌍둥이 친구까지 애들 셋을 데리고 세석 1박후 지리산 천왕봉 정복계획으로 한신계곡으로 오르는데 그때는 애들이 너무 어려서 대부분의 짐을 제가 지고 올라가는데 죽겠더라구요.
그래서 할머니가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쌍둥이가 할머니 배낭에 있는거 지네들이 나눠서 지고가겠다고 나섯던 기억이 소환되서 혼자 웃었습니다.
걱정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이젠 어느정도 회복되서 어제는 원효봉에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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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이2022.06.16 19:40
순간 왈칵했어요.
점점 힘이 세어지는 손주는 할머니와 함께 오래오래 산행을 이어가고플겁니다.
입맛이 없어도 충분히 드셔야해요.
체력이 떨어지면 정준이가 더 슬퍼할 겁니다.
맑고 깨끗한 초여름날
보여주는 관악산의 풍경은 더 없이 좋습니다.-
자유의 여신~!!2022.06.17 11:17
감정이입 되셔서 왁칵하셧다니 제가 죄송하네요.
좋은것만 써야되는데...제 산행기가 리얼이라서
어려서부터 이담에 할머니가 힘들게되고 지네들이 힘 쎄지면 할머니 업고 다닌다고하더니 이번에 비슷한 상황이.....ㅎ
우리애들이 숙기도없고 별로 상냥하지도 않은데 집에와서도 할머니걱정을 꽤 하는걸 보니까 많이 크긴 했나봅니다.
이젠 입맛도 조금 돌아오고 체력도 살짝 나아져서 다음주 쯤이면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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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2022.06.17 08:49
가뭄을 딛고 열린 열매가 가장 맛좋은 것이 되듯이
비가 온 뒤 개인 하늘이 그렇게 파랗고 깨끗하듯이
먼저 고난과 괴로움을 겪은 사람은 마지막 결실의
기쁨이 더욱 크다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힘이 납니다.
태양이 가까이 있듯 희망도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
샤프2022.06.30 17:38
자운암 참 오랬동안 버려두고 안갔네요 ㅎ 덕분에 고맙게 잘보고 바위잔치 하셨네요
정준이는 반드시 나중에 암벽 하겠는데요-
자유의 여신~!!2022.07.03 11:02
손자녀석이랑 산에가려면 자꾸만 바위산을 가자고하는데 저는 점점 더 바위가 무서워지고 있어서 클낫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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