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6일(수)
나 홀로/반더룽 산악회.. 28인승 회비, 36,000원
유일사주차장-유일사-삼거리-주목 군락-장군봉-천제단(하산)-단종비각-망경사(휴식+간식)-당골 계곡-석탄박물관
약 8.5km
am 10:40~pm 3:50.. 5시간 10분
트랭글 끄는 걸 잊어버려서 기록이 엉망 됨...
올해는 유난히도 눈 산행이 힘든 겨울이다.
매주 화, 금 오후에는 작은 딸네 큰손자 녀석 봐줘야 될 일이 있어서 어딜 가기도 애매해서 될 수 있으면 수, 목 중에
날씨 괜찮은 날 산행을 하려는데 근교는 딱히 당기는 산행지가 없다. 이번 주는 어디로 갈까?
운전이라도 하고 가려고 소백, 태백, 덕유를 후보에 놓고 날씨를 예의주시 해보는데 소백과 태백은 영~~ 신통치가 않고
덕유산은 25일 눈 소식이 있다... 그럼 여길 또 가자 싶은데 마침 반더룽 산악회에 산행 공지가 있기에 산행 신청을
했더니 관리자분이 전화 와서 덕유산은 좌석이 없으니까 태백산을 가라고 한다.
에이~~~ 강원도 쪽엔 눈 소식이 없어서 별론데......
이럴까 저럴까 고민을 하다가 눈 없으면 주목이나 실컷 보고 오자 싶어서 자리 달라고 연락하고 회비 입금하고.....
그렇게 가게 된 태백에서 나는 그냥 대박도 아니고 완전 초대박을 맞았다..ㅎㅎ
사당역 6시 50분 출발한 버스는 치악휴게소에서 20분 쉬고 A코스 회원들을 화방재에 1차로 내려놓은 뒤 10시 25분쯤
유일사에서 나랑 어느 여자분이랑 두 사람을 내려주고 당골로 떠났다.
산행시간은 6시간... 당골 집결 4시 30분이라는 공지와 원래는 유일사 코스가 없는데 오늘만 내려준다는 대장님
말씀이다.
어쨌든~~~~~내려줬으니까 고맙고...... 산행 준비를 하면서 건너편 봉우리를 쳐다보니까 꼭대기가 하얗다.
버스에서도 살짝 봤지만 지금 이 순간..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상고대에 대한 기대담이 막 밀려온다.
해님이 반짝한데 내가 올라가기전에 예쁜 상고대가 다 녹아버릴까봐 마음으로는 햇님이 반갑지 않다.
에구~~~~ 욕심 같아서는 오전에 흐리고 점심때부터 화창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도 해보고....ㅎㅎ
예전에는 입장료 2,000원씩 받았었는데 코시국이라 그런지 입장료가 없어졌다.
10시 40분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해서 임도를 걷는다.
태백사를 지나고...
사길령 갈림길도 지나간다.
오르막을 걸으려니까 몸에 열이 살짝 나서 두꺼운 다운재킷을 벗고 윈드 스토퍼로 바꿔 입었다.
고도를 올리니까 상고대가 눈에 들어오는데 좋아서 입가에는 미소가 실실~~~~~
이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동으로 느려진다.
나도 그냥 갈 수 없어서 인증숏을 하나 담고 간다.
올라올수록 상고대가 더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으니... 내가 걷는 것인지.....아닌지 모를 정도로 발걸음이 더뎌진다.
11시 44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고...
11시 47분 사길령, 유일사 사거리에 도착해서..
눈 덮인 유일사를 내려다본다.
예전 산행기에도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아주 오래전(1990년대) 직장 산악동호회에서
야간열차 타고 태백산 무박산행을 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아이들 키우느라고 산행을 못하고 있다가
눈 산행이라는 말에 장비도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갑자기 따라나섰다가 얼마나 힘들고,고생스럽고,추웠는지 다시는
산행을 안 하고 싶을 만큼이어서 태백산이라면 이가 갈릴정도엿다.
그때 물이 있는 유일사 내려가서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석유버너에 밥을 해 먹었던 기억이 이곳에 오면 언제나
떠오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내 몸이 조금 자유로워져서 산행을 다시 하게 되면서 태백을 드나든 숫자가 꽤 되니...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일인 게 분명하다.ㅎ
"서릿꽃 세상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는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얗고 통통한 상고대가 눈을 부시게 한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쌀랑한데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아서 상고대 산행으로는 최적의 날씨다. 야호~~~ 신나라...
하루 종일 싱글벙글 입 찢어지는 줄 알았다...ㅎㅎ
유일사 500m쯤 지나면 상고대를 품은 주목들이 시선을 강탈한다.
손가락 굵기만큼 통통해진 상고대...
유일사부터는 사길령에서 시작한 회원분들을 만나서 가끔씩 인증숏도 건지고..
여기서부터는 아까 유일사에서 함께 내린 여자 분하고 동행을 하게 돼서 사진을 서로 사정없이 주고받고....ㅎㅎ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배낭의 무게 따윈 느껴지지도 않고.. 요기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배고프지도 않고 그냥 좋기만 하다.
서로 담아주고...
추가로 더 담고....
하늘은 왜 이렇게 파란 거야..? 기분 좋게.....ㅎㅎ
내가 겨울 태백을 꽤 여러 번 왔었는데 그중에 오늘이 최고인듯하다.
아흐~~ 산악회 대장님이 태백 가자고 전화 왔을 때 계속 튕기고 안 왔음 배 아파서 어쩔뻔했나 싶다...ㅋ
상고대가 마음껏 살이 올라서 애기 손목만큼 커졌다.
그걸 즐기고 있는 내 눈은 하트 뿅뿅~~~ 정신이 없을 정도다.
1시 08분 국민 뷰 포인트에 도착....
또 미치는 시간이 된다.
장군봉 제단 벽도 하얀색으로 도색을 마치고 우릴 맞이해준다.
천제단으로 가는 능선을 바라보면서 사진놀이도 실컷 하고...
이분하고는 따로 또 같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천제단 가는 길....
인증숏 줄이 조금 있길래... 정상석만 한 장 찍고 인증은 패스~
지금까지는 주목과의 놀이였다면 이제부터는 하얀 능선 놀이다.
천제단 가는 길에 있는 명품 고사목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지....
여기는 등로 살짝 옆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봐야 보이는 귀한 고사주목이다.
지나온 장군봉도 참 멋지고...
아까부터 상고대 터널을 얼마나 많이 지나왔는지 모른다.
역시나 흰색으로 도색을 마친 천제단 풍경이다.
너무 멋져서 눈이 부신 능선길이다.
문수봉 가는 능선도 엄청 멋지고...
모든 사람들이 "와~~~ 너무 예뻐"를 하면서 감탄의 연속이다.
1시 45분... 천제단에서 실컷 놀고 망경대, 당골광장 방향으로 하산이다.
여기도 서릿꽃 세상이라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없다.
노는 것도 좋지만 아까 천제단에서 너무 허기져서 꼼짝을 못 하겠기에 간식을 조금 했는데 여기 내려오면서도 뒤 따라온
그 분과 가볍게 요기를 하고 단종비각을 지난다.
망경사가 내려다보이고...
2시 02분 용정 앞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휴식과 간식타임을 가진다.
시간이 여유롭기도 하지만 바람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푹~쉰다.
버스에서 대장님이 유일사나 화방재나 산행시간이 비슷하니까 그냥 화방재로 가자고 이야기하시는데 괜히 욕심
부렸다가 큰코다칠까 봐 그냥 유일사로 왔는데 이렇게 좋은 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으니
참 잘 한 선택이다.
능선부 만 은 못해도 하산길 상고대도 눈요기를 시켜주니 참 좋다.
국립공원답게 이정표가 매우 잘 돼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아예 없다.
계곡길을 걷다 보니 이런 빙판도 두어 군데 지나게 된다.
3시 34분 당골광장 도착 ... 집결시간이 아직 1시간 가까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뒷정리하고....
코 시국이기도 하지만 눈이 많이 왔다면 여기에 눈축제 조형물로 가득했을 텐데...
이곳에 상권을 가지신분들이 참 어렵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식당가 쪽으로 슬슬 걸어 내려오니까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쯤에서 트랭글을 꺼야 되는데... 그분 하고 이야기하면서 내려오다가 깜빡~~ㅎ
망경사에서 먹은 간식 때문에 밥은 먹고 싶지 않고... 우리는 합의하에 식당에 들어가서 감자전에 동동주 한잔씩....
너무나 행복한 산행 후에 생각하지도 못한 행복한 뒤풀이를 했다.
지원 씨.... 함께해서 즐거웠고 뒤풀이 너무 고마워요~~^^
4시 30분 출발한 버스는 만종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8시 10분쯤 사당역에 무사히 도착... 전철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 기대 없이 어부지리로 선택해서 달려간 태백에서 초대박 산행을 하게 됐으니 완전 땡잡은 날이다.
나는 올겨울 눈 산행을 더 이상 안 해도 아쉬움도 뭣도 없을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또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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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들 덕유산 다녀온 사진을 보니까 상고대는 풍성했지만 하늘이 흐려서 조망은 꽝이엿다는걸 보고 이런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구나...하고 또 한번 행복했다는....ㅎㅎ
댓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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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은2022.01.27 13:48
대박에 땡잡으신 날 정말 눈이 다 시원하니 황홀합니다!
보고 또 보고....정말 작품이예요!
올해는 눈보기 쉽지않은 데 기대하시지 않은 대타 산행지에서 대박을 맞으셨습니다.
저는 태박산하면 눈보다 사람구경한 것밖에는 기억이 없어 정말 휴일산행으로는 가고싶지 않아요!
여신님 덕분에 제대로 된 상고대를 보고갑니다!
설 명절 잘보내시고 건강하시길요!^^자유의 여신~!!2022.01.27 16:36땡잡았다는말이 화투치기에서 나오는말 같은데 얼마나 좋으면 그런말을 할까싶을 정도로 공감 돼더라구요.
어제 태백은 눈이 시원하고 마음이 행복한 산행이엿답니다.
태백산은 그나마 오르기가 쉬운편이여서 겨울산행으로 인기만점 인곳이고 특히 유일사코스는 접근이 쉽다보니까 주말에는 줄서서 나란히 걸을수밖에 없을정도로 인파가 몰리는곳이죠.
요즘은 평일산행 진행하는 산악회도 꽤 있으니까 호은님께서도 평일에 휴가내시고 다녀오시면 참 좋을텐데....
한번 고민해보세요~ -
까꿍이2022.01.27 18:27
와~~!
자유의 여신님 덕유산 자리가 없어 가시지 못한 건 태백산 산신령이 그랬나봅니다.
하얀 세상에서 하루 살다 나오셨네요.
파란 하늘아래 하얗게 두꺼운 상고대..가장 아름다운 조건이네요.
입이 귀에 걸리지않으면 그건 비정상이지요.-
자유의 여신~!!2022.01.27 18:50
그러니까요~~정말 다행이고 행운이라는 생각밖에는 안들더라구요.
지난 년말에 마음고생 심하게 했다고 보상차원에서 태백산 산신령님이 정말로 부르셧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ㅋ
상고대만 있어도 엄청 행복했을텐데 파란하늘까지 있으니까 더이상 바랄게 없더라구요.
표정관리 할 필요도 없지만 너무 좋아서 싫컷 웃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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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동선2022.02.11 16:50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고 입장료가 없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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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2022.02.12 11:26
하로동선님 안녕하세요?
코시국이 영향을 준게 아니라 국립공원이 되어 입장료가 없어졋군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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