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0일(일)
나 홀로... 자동차
소공원-비선대-천당폭포-무너미고개-신선대-1275봉-나한봉-마등령-비선대-소공원
24.17km
02시 30분~6시 30분.. 16시간
설악~~!!
설악~~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이름이다.
나는 앞으로 설악을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문득문득 들지만 지금은 일어날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할 때라고 다짐을
하면서 산행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5월 25일에서 말일 사이에는 공룡능선에 산솜다리(에델바이스)가 만개하는 시기인지라 갸를 만나러 설악에 가려고 한다.
꽃사랑이 엄청난 나의 친구는 설악산을 수없이 다녔고 공룡능선도 많이 넘어다녓는데 어쩌다가 산솜다리 꽃을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다고 늘 푸념이기에 날씨 좋은 날 함께 움직이려고 봄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5월 초에 가벼운 교통사고가
있었던 친구는 몸상태가 아직은 회복도 안됐고 산행 고수이긴 하지만 2년 가까이 산행을 쉬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장거리 산행은 당연히 무리일 거라는 판단이라서 연습 산행을 두어 번 다녀와서 설악에 들려고 했으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이라 동행이 어렵게 됐다.
나도 제주일에 피곤이 쌓였는지 목감기가 와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무리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병원 치료를 하면서 몸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또 엉망이 되어버린다.
웬만하면 사람 많은 주말 산행을 피해보려고 했지만 일요일만 날씨가 환상이라는 예보에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일요
산행을 계획하고 토요일 밤 12시에 서울에서 출발~가평휴게소에 잠시 들러 휴식을 하고 설악동에 들어오니까 새벽
2시 20분 정도됐다. 주말 산행은 어차피 무박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깜깜한 산길을 걸어도 무서울일이 없으니
그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주차 후 배낭을 들쳐 메고 들머리로 당당하게 걸어가다가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총총~떠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았는데 사진에는 이렇게 담기고..
음력 18일이니 그믐으로 가는 달도 세상을 훤하게 비춰주니 운치 있고 참 좋구나~
예상과 같이 개인+단체 산객들이 앞, 뒤로 두런거리면서 올라오는데 나도 끼어서 3시 23분 비선대 도착이다.
비선대 삼거리에서 일부는 마등령 방향으로 올라가고 개인 산객들 몇 명이 천불동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옳다구나~
싶어서 안심하고 따라붙었는데 사람 소리가 나질 않는다.
이상타~이 사람들 죄다 어디로 간 거지??
내가 너무 늦게 따라붙어서 흔적도 없이 휑~올라가버렸나?
그럼 불빛이라도 보여야 될 텐데 깜깜한 어두움만이 깔려있을 뿐 어디에도 사람의 온기가 없다.
산길이 얼마나 무섭고 겁나는지... 혹시 나하고 열심히 걷느냐고 쉬지도 못하고 귀면암까지 왔다.
4시 10분 멀리서 훤해지기 시작하니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한 무리의 산객들이 올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져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분들은 귀면암 쉼터에서 쉬는듯하여 나는 미리 출발해서 올라가는데 이분들 뒤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질 않으니...
이분들은 아마도 거기에서 비탐으로 스며든 듯... 또 혼자 있자니 계속 무섭다(혹시라도 멧돼지가 나올까 봐 더 무서웠음)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오는 법...
4시 30분쯤 되니까 멀리서 훤하게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이다.
4시 43분 칠선골 입구를 지나고
4시 54분 오련폭포에 도착하니 이렇게 밝아져서 렌턴도 수납하고 자연빛으로 설악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걸어간다.
햇살~~~
5시 17분 양폭대피소 도착..
싸늘하고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이 기분은 무박산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수 중에 하나다.
음폭포 도착
최근 내린 비로 수량이 엄청나서 물소리 또한 대단하다.
천당폭포에서 내려오는 협곡과 천당폭포로 오르는 철계단..
5시 27분 천당폭포 도착이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곳에 물이 마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수량이 많으니까 물소리가 장난 아님..
천당폭포 상부로 올라와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가볍게 간식도 한다.
길가에는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오련폭포부터 여기까지도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여기서부터는 진짜 된비알 길을 올라가야 된다.
아침햇살을 가득 머금은 나뭇잎들이 싱그러워 보인다.
조기만 올라가면 공룡능선과 희운각 대피소를 거쳐서 대청봉으로 갈 수 있는 분기점인 무너미고개다
6시 58분 무너미고개 도착인데 여기까지 오면서 조금 전에 딱 한 분 하산객을 만났다.
이정표 사진을 담고 있는데 공룡 방향에서 오시는 젊은 남자분이 나를 보고 아까 비선대에서 봤는데 여기까지
오셨느냐며 아는 척을 한다. 그래~분명히 올라가는 걸 봤는데 순식간에 없어졌다니까....
그분들은 4분이 오셨는데 3분의 친구들은 다른 코스(비탐)로 가고 본인은 자신이 없어서 신선대를 다녀와서 아래쪽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나한데 어디로 갈 거냐고 묻기에 나도 신선대 지나서 조금 더 간 다음 시간 보고 어디에서
돌아설것인지 결정할 거라고 했더니 자기는 여기를 처음 와봤는데 신선대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험하던데 조심하라는
당부를 한다.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 공룡능선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난도가 있는 첫 번째 바윗길...
여기를 참 많이도 오르내렸는데도 올 때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ㅎㅎ
바윗길을 올라와서 바라보는 뷰는 참 멋지다.
등로에서 살짝 벗어난 바위에 올라앉아서 넘실대는 운해를 바라보며 또 쉼을 하면서 간식을 하고...
비알길을 걸어 올라와서 신선대 전망바위로 올라가는 막바지 철난간길이다.
신선대 정상..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기는 못가는 곳이다.
지나온 길의 암봉들이 귀엽게(?) 보이고...
7시 55분 신선대 전망대에 도착하니 늘 그 자리에 피어나는 각시붓꽃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준다.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이 한눈에 보이면 그 아래로 죽음의 계곡도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용아장성 능선과 봉정암 위 바위들도 그 자리에서 설악을 지키고 있으면 뒤쪽으로 귀때기청봉도 시원하게 보인다.
용아장성 아래쪽으로 가야동계곡이며 운해 앞쪽으로 만경대도 뾰족하게 솟아있는데...
가야동계곡과 만경대 가본 지도 꽤 됐네..
하~~~~~^^
이번엔 공룡능선이다.
언제나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곳 설악산의 최고 풍경과 정규등로중에서 최고의 난도를 자랑하는 그곳이다.
오른쪽 앞에 범봉과 중간에 공룡능선의 꽃 1275봉.. 그리고 왼쪽 뒤쪽에 나한봉까지...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다.
나는 이풍경이 보고 싶어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곳에 왔으니까 이제부터는 즐기는 일만 남았다.
사람들이 많으니까 품앗이 인증숏도 편안하게 찍는데 이곳이 있다는 것에 너무 좋아서 상글벙글이다.
그분들과 자리를 옮겨서 뷰포인트에 올라서 범봉과 울산바위를 넣고 또 찍는다.
안장 바위에 앉아서도 찍고...ㅎㅎ
해골바위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할 수 없이 그냥 찍고...
여기에 올 때마다 사진을 자제하지 못하고 담고 또 담아도 참 멋진 그림이다.
잦은 바위골과 50폭 100 폭포 등 명품코스들이 숨어있는 설악의 깊은 속살..
여기에 다 올리지는 않았지만 신선대에서 사진을 무지 많이 찍으면서 30분 정도 놀고 나서 산솜다리 꽃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꽃들이다. 병꽃과 철쭉이 끝물이지만 이렇게라도 남아서 눈요기를 시켜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큰앵초는 지금이 절정기라 등로 양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둥굴레 꽃도 한번 담고..
이곳을 지나서 조금 더 가야 산솜다리 꽃을 만날 수 있다.
저곳을 올라가면...
뷰가 또 좋고... 조금 전에 서있던 신선대가 한눈이 보이면서 그 뒤로 화채봉도 보인다.
저 암봉에 올라가면 조망이 끝내주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기에 나는 패스 하기로 하고 아래쪽 바위에
앉아서 쉬면서 이쪽 방향 조망을 즐긴다.
다시 걸어서 솜다리 꽃 포인트에 왔다. 애들아~또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
작년에는 사고 후 6개월 만에 얘네들을 만난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기까지만... 하고 나 자신에게 억지를 부리고 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행동이긴 했다.ㅎㅎ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니까 1275봉 방향으로 조금 더 가볼 생각이라 귀하신 산솜다리 꽃을 잠깐만 만나고 가던 길을
이어나간다.
또 다른 군락지에서 만나고... 언제 봐도 청조하고 은은한 멋을 가지고 있는 산솜다리 꽃이다.
멀리 있는 애들은 당겨서도 담아본다.
지나온 공룡 등줄기와 대청봉 라인..
아침에는 밍밍했던 하늘이 자꾸만 예뻐지고 있다.
공룡 등줄기와 화채 라인..
지금까지도 만만치는 않지만 여길 올라서면 본격적인 업, 다운 레이스를 해야 된다.
내가 여러 번 넘어 본 결과 공룡능선을 그나마 덜 힘들게 넘을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하는 것은...
1)"백담사-오세암-마등령-신선대"가 젤 낫고...
2)"비선대-마등령-신선대"코스는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만 나머지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이며
3) 지금 나처럼 천불동으로 올라와서 넘는 "신선대-마등령-비선대"코스가 젤 힘들게 느껴진다.
나의 목표가 산솜다리 꽃 만나는게 아니고 공룡능선 넘는 것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모르겠다.
여기서부터 1275봉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심하게 내려가고...
뒤돌아본다.
아주 급할 때는 이곳에서 물 보충을 할 수 있는데 장마철이 아니면 물이 흐르지 않아서 여길 믿고 물 준비를 덜하게
되면 물 구할 데가 없고 탈출로도 없는 공룡능선에서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최근 많은 비가 와서 물이 흐르고 있다.
웬만하면 안 먹겠지만 정말 다급하면 생명수가 되기도 하는 물이다.
1275봉이 제대로 보이는 포인트에서 멋있고 위용이 느껴지는 공룡의 최고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 적당한 곳에서 돌아서야 되는데 하늘이 자꾸만 예뻐지면 어떡해~~~~~
또 오르고...
횃불 바위가 보이는 포인트에 도착했다. 사실을 딱 저곳까지만 갔다가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계속 진행해서 공룡을 넘어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꾸만 들어서 큰일 났네...
저 아래로 사람들이 보이는 것처럼 뚝 떨어졌다가 또 엄청 올라가야 된다.
또 솜다리 꽃 군락지에 왔다. 또 담고~
멀리에는 개채수가 많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횃불 바위 사이로 들어가서 이사진을 담고 있는데...
주변에 계시던 분이 핸드폰 달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좋은 사진을 담아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분인데 잡아줄 테니까 나보고 저기까지 가보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못 간다고 하고...ㅎㅎ
범봉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범봉을 당겨서 자세히 담아본다.
이렇게 한 앵글에 담아보니 좋구나~~
신나게 30여분을 놀고 나서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발길을 돌려야 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말 환장하겠다.
이런 날씨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너무 속상하다는 생각에 시간 계산을 해보는데
무너미에서 여기까지 약 2.8 km인데 놀고 쉬면서 3시간 정도 걸렸고 여기서 마등령까지 남은 거리 2.3km 거리는 조금
짧아도 난도가 조금 더 힘들어서 이쪽으로 가나 저쪽으로 가나 비슷한 상황이라는 판단이고 그러하다면 공룡을 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라는 마음에 체력에 대해서는 막연한 믿음 한 스푼을 넣고서 오늘 계획에는 없었지만 무대뽀
정신에 입각해서 공룡능선을 넘어가련다.
이리하야~~ 나는 계획에도 없던 공룡능선을 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ㅎ
올라온 길을 내려다봐도 참 가파르다.
1275봉 쉼터에 도착했다.
어마 무시한 공룡의 최고봉이다.
그곳을 오르는 사람들....
파란 하늘에 나한봉, 큰 새 봉이 시원스레 보이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1275봉을 내려오면서 햇살 따듯한 곳에 앉아서 이미 한참을 쉬었기 때문에 늘 쉬어가던 밥터를 한번 쓱 쳐다보고
지나간다. 이곳이 날씨가 좋지 않거나 싸늘한 계절 바람 부는 날 피신처로 정말 좋은 밥터이고 나는 여기를 애용하는
산객 중에 한 명이다.
헥헥대고 올라온 만큼 내리꽂아버리는 경사도...
위 이정목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하면 마등령에서부터 흘러내린 능선이며 그 중간에 있는 세존 봉이다.
울산바위도 보이고...
대청봉 라인..
깔딱거리는 고갯길을 올라서면 환상적인 날씨에 이런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보상받는 느낌이 충분하다.
왼쪽 귀때기청봉을 시작해서 쫘악 뻗어 내린 서북능선 끝에는 뾰루지처럼 톡 튀어나온 안산까지 아주 잘 보인다.
여기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코스다.
그런데 아까부터 눈에 들어오는 젊은 친구 하나가 있다.
많이 지쳐서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여러 번 겹치면서 봐도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뭔가 문제가 생긴듯하다. 여기로
올라오 길에 그 청년은 또 퍼져있으면서 이런 오르막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거냐고 물어본다. 앞으로도 두세 번은
오르락내리락해야 된다고 이야기해주면서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혹시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러는 거면 내가 빵 하나
주겠다고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하고 너무 힘들면 백담사로 내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친구들하고 함께왔는데 소공원에 차를 두고 와서 그쪽으로 내려가야 된다고 하기에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남겨놓고
헤어졌다.
애네들도 또 만나서 놀고...
인증숏도 또 담고...
저길 또 넘어가야지~
이쪽은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은 철쭉들이 간간히 남아있어서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풍경 감상하면서 페이스 조절 잘하고 있는 나...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보이고 그 앞으로 달마봉과 능선이며 앞쪽 가운데 권금성이 뾰족하게 보인다.
오르내림의 마무리 지점인 너덜지대까지 왔다.
그동안 그 청년과 몇 번 교행을 했는데 얼굴이 점점 초쵀해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든 생각이 혹시 "물?"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청년이 오면 내물을 조금이라도
나눠줘야겠다고 여기서 잠시 기다려보는데 안 온다.
다른 산객들이 지나치면서 뭔가 해결해줬나 싶어서 나도 그냥 출발했다.
마등령에서 흘러내린 능선과 세존봉
마가목을 찍었는데 선명하지 않게 나왔다.
이 나무가 나오면 마등령 삼거리가 멀지 않다는 이야기...
힘들길 넘어오느라고 수고했다고 칭찬하듯 흐드러지게 피어서 방긋 웃고 있는 앵초도 담아보면서 편안하게 놀고 있는데
마등령 쪽에서 그 청년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빈 몸으로 올라오면서 혹시 검은 티셔츠 입은 젊은 사람 못 봤느냐고
물어본다. 같이 왔다는 친구이고 뒤에 쳐져서 못 오고 있는 친구를 찾아나 선 길이라고 한다.... 당연히 봤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하면서 아마도 물인 것 같은데 혹시 그 문제라면 나에게 있는 물을 조금이라도
나눠주려고 저위에서 잠시 기다려보다가 그냥 내려왔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지막 남은 500미리 한 병을 꺼내서 거의
다 먹은 내 물병에 3분의 1 정도 따르고 3분의 2 정도를 그 친구 손에 들려줬다.
마등령 고개 넘어서 조금만 가면 우습게 생겼지만 샘터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보충할 생각으로....
2시 08분 마등령 삼거리 도착이다.
음~~ 시간이 아주 적당하고 아직까지는 체력 조절도 잘 되고 있다.
그 청년의 다른 친구는 배낭을 지키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게 또 그들의 소식을 물어오면서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쳐져있는 친구가 걱정돼서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심란해하기에 그 친구도 멀지 않은 곳까지 와 있으며 물
문제인 듯해서 올라가는 친구 손에 물 들려줬으니까 잘 내려올 거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고 안심시켜주고
나는 계속 진행한다.
비선대 3.5km
2시 18분 마등령 고개를 넘어서...
너덜길도 지나고..
여기서 바라보는 이 풍경 너무 멋있어... 이제부터는 숲길을 걸어야 돼서 설악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풍경이다.
금강문을 통과하고...
드디어 간절히 기다리던 샘터에 왔다. 사실은 나에게 남아있던 물이 조금밖에 안돼서 아껴먹으면서 내려왔지만 끝까지
버티기에는 문제가 됫을것인데 이렇게 생명수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 있는 곳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쉬면서 간식도 하고 여유를 부려보는데 그 청년들이 내려온다.
나를 보더니 반가워하면서 물 문제 맞았다고 하면서 아까 도와주셔서 살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하니 괜히 뿌듯하고
좋다.나는 조금 더 쉬어갈 거고 그 청년들은 여기서 물 보충하고 헤어진다.
한참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울산바위 조망 포인트...
살짝 당겨본다.
여기를 넘어가고..
달마봉...
선바위...
당겨보고...
급경사 돌계단길을 영혼 없이 내려오다 보니 금강굴 삼거리에 왔다.
앞에 가는 저 사람들이 아까 그 청년 들인데 진작에 내려갔을 줄 알았는데 여기에서 만나네... 이상하다.
스치면서 보니까 아까 뒤처졌던 청년이 이번엔 다리에 문제가 생겨서 걷지를 못하고 애를 먹고 있다.
가지고 있는 진통제를 주느냐고 물어보니까 조금 전에 하나 먹었다면서 마음 써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후딱 내려와서 5시 15분 비선대 도착이다.
새벽에 못 봤던 장군봉과 적벽도 보고
천불동 계곡의 멋진 모습도 담는다.
저 다리를 건너서 소공원을 향해서 부지런히 걷는다.
다리를 건너고는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걷는다.
6시 30분 산행을 마치고 트랭글 아웃시키면서 배낭 하고 등산화만 벗어던지고 자동차에 들어앉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잠깐만 앉아있다가 다시 일어나 뒷정리를 하고 출발을 하려다가 조금 쉬다 가는 게 나을듯해서 의자를 다시 눕히고
있어봤지만 영 편하지 않고 주변도 시끄러워서 그냥 출발해서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첫 번째 졸음쉼터로 들어가서
약 40여분을 쉬고 다시 출발.... 비가 하나, 둘 떨어지면서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다시 졸음쉼터로 피신... 또 한참을 쉬고 도로를 쳐다보니 자동차들이 꽤 잘 달린다.
나도 출발했는데 채 5분도 안돼서 다시 정체가 시작되고....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면서 천둥,번개까지 난리를 떨고 도로는
주차장이 된 상황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고난의 길이 되었다.
체력은 산행이 끝날 무렵에 이미 방전 상태였고 좋은 풍경 덕분에 유지하고 있던 멘털이 탈탈 털리면서 집으로......
6시 40분경에 소공원에서 출발한 나는 두 번의 휴식 포함 5시간이 걸려서 11시 40여 분경에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잠 못 자고 배도 고프고 온몸이 뻐근하고 힘든 이 길을 나는 왜??? 집에 오기 도전에 또 가고 싶어 하고 그리워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ㅎㅎ
아무튼 긴 여정 무사히 잘 다녀왔고 지금 이 시간 그걸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현재가 상당히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하여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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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2021.06.01 12:17
우~~~~~와
역시나~~ 대단하고... 대단하신 여신님 이십니다.
공룡을 이리 넘으시다니...그것도 자차 장거리 운전에... 무박으로.... 그것도 홀로~~
무모하셨다...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 실려고 이러시냐.. 등등 뭐라 한 말씀을 드리려다가도.. ㅋ
젊은 산꾼도 하기 어려운 참으로 무모하신 발걸음 이었으나, 이리 완벽하게 공룡을 넘으셨으니...
잘하셨다~ 멋지시다~~고 박수 치는 일 말고는 할 말이 없네요.
저는 초보산꾼 시절인 14년 무박으로 1공룡, 15년 1박으로 1공룡... 이리 2공룡을 하고, 힘들어 피하고 있었는데,
여신님 다녀오신 산행기를 보며 힘들어 가기 꺼려지는 공룡.. 1공룡 추가 할 열정이 생깁니다.
어느 산꾼 말하길 " 최소 5공룡을 해야지, 진정한 설악의 산꾼이라는데..."
정말 수고하셨고... 감동적인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자유의 여신~!!2021.06.01 13:09
늘 격려와 칭찬 감사합니다~^^
저야 뭐 이래저래 공룡넘는것을 설악산에서는 최고의 산행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지만 팬님께서는 설악의 비경탐방을 누구못지않게 즐기시는분이니까 정말 대단하신거죠~
팬님에게 1공룡이면 어떻고 2공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설악산 5공룡...
그런말도 있나봐요
저도 어느핸가 목표 그런것없이 올해는 공룡이나 싫컷넘어볼까?하고 넘어다니다 보니까 4번을 넘었던거억이 있긴합니다만 그런말이 있는줄알았으면 한번 더 넘어서 1년에 5공룡해볼걸 그랬습니다. ㅋㅎ
어제 산길에서 만난 어느분이 자기는 공룡능선 세번째 넘고있는데 저보고 몇번째 넘느냐고 물어보는데 세어보질않아서 잘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한참을 쳐다보더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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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은2021.06.01 14:54
여신님, 그 연세에 장거리 운전에 설악 공룡능선을 넘으셨다니 믿겨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사고 이후 후유증이 남아 있으실텐데 정말 무리한 도전이 아닌가 해서 걱정이 앞섭니다.
설악에 대한 그리움이 말리는 마음보다 더 크시기에 몸이 달려가셨지만
앞으로는 홀로 산행은 자제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저는 허리도 발바닥도 안좋아 가볍게 산책산행으로 설악의 공기나 맛보고 와야 할듯하네요!
여신님, 여신님 설악사랑에 하늘도 도와 정말 깨끗한 조망이 일품였습니다.
정말 고생 수고많으셨어요! 누적된 피로 잘 푸시길 바라겠습니다!^^-
자유의 여신~!!2021.06.01 16:03
내년에는 이렇게라도 못할까봐 기를쓰고 하는거 같기도하고 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ㅎ
산행을 자제하면 둘레길을 다녀야되는데 이것도 몇년이나 할수있을지 모르니까 굼벵이처럼 한번이라도 더 가고싶은마음에 무리를 좀 했죠~~
걱정해주시고 염려해주시는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허리아픈것도 힘든데 발바닥까지 고장나셧으니 많이 힘드시겠네요.
호은님께서도 이번주중에 날씨 좋은날 골라서 설악산을 통째로 즐기고 오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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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2021.06.01 16:35
와 정말 정말 대단하신 여신님
다치기도하고 바쁘시고 힘이 많이 들텐데 하루에 다녀오시다니
참 존경스럽습니다
동네앞산에서 비 피하면서 보다가 응원보냅니다
집에 가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다시 봐야겠어요-
자유의 여신~!!2021.06.01 19:50
창포님 안녕하세요.
원래계획에는 없는 공룡능선을 얼떨결에 넘어버렷답니다.
시간에 크게 쫓기지않고 여유있게 움직일수 있어서 마음편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창포님께서 응원해주시니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비 잘 피해서 댁에 들어가셧나요?
감기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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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이2021.06.01 18:35
그러실 줄 알았어요..설악 가신다했으니 기다렸습니다.
날씨가 너무나도 좋아서 바라보는 제 가슴도 쿵쾅거립니다.
안그래도 오늘...공룡은 가을에나..하기에 작년에도 그말했다가 패쓰했는데 또?했거든요.
어둠속에서 홀로..우렁찬 계곡소리만 들어도 무서운 천불동입니다.
용기도 대단하시고 열정이 더 대단하시니 힘든 몸을 이끌고 공룡을 넘으셨네요.
맞아요.공룡은 남진이 훨씬 쉽더라구요.
솜다리도 만나시고...
가고싶어 안달났습니다.-
자유의 여신~!!2021.06.01 19:59
까꿍이님께서 제소식을 기다리셧다니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똟고 달려간 보람있게 날씨가 좋아서 힘들어도 힘들지않은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새벽길을 혼자걸어가는데 무서운 생각이 자꾸들어서 혼낫구요 그타임이 지나고나니까 설악의비경에 취해서 신바람이엿죠~
저는 해마다 이맘때면 솜다리가 불러서 달려가곤하는데 힘닿는날까지 가보려고합니다.
까꿍이님팀은 공룡보다 훨씬 멋진곳을 많이 다니고 계시니까 까잇 공룡은 아무때나 가심돼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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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금2021.06.01 21:52
산방기간 끝나고
서럭으로 달려,,멋지십니다
공룡 잡으셔군요
보기 좋습니다 -
미니랑2021.06.24 14:24
기어이 공룡을 넘으셨구먼~
내 그럴줄 알았지~
"페이스조절 잘 하고 있는나"
그래 너는 항상 지혜롭게 잘하지~인정!
나는 끝내 못 보고마는 산솜다리의 싱싱하고 예쁜모습
즐겁게 잘 보고간다
신록의 공룡은 너무나도 싱그럽고 아름답네~-
자유의 여신~!!2021.06.25 23:41
올해까진 넘었는데....힘든 강도가 해마다 틀려~
지혜롭다기보다는 고집인거지~ㅎ
올해 교통사고만 아니었음 한번 도전해보는건데 하필이면 그런일이 생겨서 못간거 아까버~~ㅠ
전엔 둘이 붙어서 설악도 후딱 다녀오곤했는데 세월이 참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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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2021.07.23 21:48
우와 대단하십니다 도전정신이 정말 구력이 나옵니다 부럽고 존경스럽고
전 가을에나 한 번 . . . . .
서락은 항시 가슴을 뛰게하는데
항시 안산 즐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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