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 1일 (목)... 8월 31일 출발 무박
나 홀로/자동차.. 편도 190km
한계령 휴게소-한계삼거리-서북능선-끝청-조금 더 가서 조망하고 돌아섬... 한계령 휴게소
13.69km
am 5:41~pm 6:18.. 12시간 37분



봄 내내 잔병치레에 코로나까지 걸렸던 여파인지....
아니면 이제 체력이 이렇게 자리를 잡는 건지는 몰라도 올해는 유난히 더 산행 자체가 무척 버겁고 힘들다.
그래서, 그나마 산길이 조금 부드러운 지리산 만복대~정령치-고리봉 코스를 가려고 버스도 어렵게 예약하고
돌아오는 기차(ktx)도 예약을 했었다.
그런데 내내 좋다고 나오던 날씨 예보가 하루 전날 갑자기 흐림 일색으로 나오니....
이런 날씨에는 선뜻 나서지 질 않는 게 산꾼의 마음..
설악산은 반대로 계속 흐리다고 나오던 예보가 반짝 해 가 뜬다는 예보로 바뀌었다.
설악산 냄새라도 맞고 오려고 지난번에 계획을 세웠다가 급하게 제주에 내려가게 되는
바람에 못 간 설악으로 행선지 급변경
많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밤 운전을 하고 설악으로 가련다...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내 성격... 뭔 일이 있으면 잠이 안 오는 게 참,힘든 나..
초저녁에 조금 자고 새벽 3시쯤 출발하고 싶은 건 희망사항일 뿐 또 잠이 안 온다.
침대에 누워서 뒤척여보다가 잠을 포기하고 12시 30분쯤 출발해서 너무나 한적한 도로를 달려 원통에 들려서
버스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잠시 눈을 붙여보는데 한 10~20분 졸았나....
다시 출발해서 3시 40분쯤 한계령 주차장으로 왔다.
진작에 이리로 올걸~~ 너무나 사람이 없을까 봐 무서워서 원통으로 들어갔었는데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산행 준비를 하느라고 돌아다닌다.
나의 오늘 코스는.... 끝청 방향으로 가는 데까지 갔다가 12시 전후로 뒤돌아 원점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에 굳이
어둠을 뚫고 나설 필요가 없어서 날이 슬슬 밝아지는 5시 30분 전후로 산행을 시작할 것이다.
산속의 새벽 날씨는 무척 춥기에 자동차 히터를 켜놓고 잠시 잠을 청해서 30여분 졸은 듯.....
밖이 훤해지기에 나도 산행 준비를 하고 5시 41분 오늘 산행을 위하여 계단길을 오른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주걱봉 부근은 운해로 가득하니 초반부터 대박 예감이다.



운해 속에 퐁당 빠진 산들이 봉우리만 살짝 내밀고 있다.

6시 12분

나뭇가지 사이로 일출을 느껴본다.
한동안 서서 마음속으로 소망하는 바를 간절히 빌어보면서....

얘는 딱 한송이 만났다.
이름은 모름

아직인 줄 알았던 금강초롱이 지천으로 피어서 산행 내내 내 눈길을 뺏는다.


반짝 올라온 햇살 아래 귀때기청봉도 알현하고..
아웅~저기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됬는데 언제 다시 가 볼까나?

7시 16분

조망이 살짝 트이는 곳을 지나가는데 젊은 청년 한분이 (아마도 설악이 첨인 듯) 본인은 오색으로 내려갈 건데 시간과 경로
난이도를 물어보더니 경치가 너무 좋다면서 감탄에 감탄을...
진짜 조망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청년은 이것만으로도 무척 흥분되는듯하다.
내가 오빠 따라서 설악을 첨 왔을때랑 비슷한 느낌인듯..
나도 비슷한 장소에서 오빠한테 너무 멋지다고 했더니 "진짜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그러면 어쩔래?" 하던말이 기억난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고 가야 된다면서 나 찍어주고 본인도 찍어달라고...
그렇게 품앗이 인증을 담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바란다는 덕담을 나누면서 헤어졌다.

그런데,사실은 참 멋있긴 하다.ㅎㅎ

등로가 완전 꽃밭이다.
몸은 힘들어 죽겠지만 눈은 즐겁기 그지없다.




이 나무도 지나가면서 앞, 뒤로 찍고



8시 20분

계단을 올라가면서 바라보이는 남설악의 풍경이 압권이다.
나는 늘 이곳에서 사진을 담고 간다... 오늘은 파란 하늘에 흰구름과 운해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멋있을 수가 없을듯하다.



오징어 바위도 빼놓지 않고 담는다.
예전에는 훤하게 잘 보였는데 나무들이 자라면서 시야를 가려서 이젠 틈새로 찍어야 된다.

이 꽃도 이름을 모르는데 지천으로 피어서 등로를 환하게 만들어준다.

8시 20분 한계삼거리 도착
나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올라왔는데도 2시간 40분이나 걸렸네...

설악의 하이라이트 용아장성과 공룡능선부터 한컷 담아주고..
설악산 인증을 하기 위한 사람들은 대청봉이 목적이 되지만 진짜 설악을 즐기는 사람들은 용아, 공룡의 주능선이 됐던
속살이 됐던 간에 그곳이 진짜 놀이터인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광각으로 밀어서 담고...

1:1로 담고..

명물 주목 나무를 지나간다.




강쥐 바위에 도착해서 잠시 사진만 담고 가려다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서 배낭까지 벗어놓고 아예 쉬어간다.



이렇게 보면 더 강쥐 같다는....ㅎㅎ

간식을 하면서 멋진 풍경을 30여 분간 실컷 즐긴다.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용아, 공룡을 다시 한번....ㅎ








가끔씩 피어있는 얘네들도 분위기를 가을로 데려간다.

자주 여로가 아직도 피어있네...

청 여로

꽃길과 돌길의 공존~



조망을 즐겨볼까 하고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올라갔다가 야생 길 몸부림만 실컷 하고 후퇴하는 중~ㅎ

숲길을 헤치고 바위를 넘고 넘어서 정규등로 접속이다.


또 하나의 주목나무..

9시 56분
평소에는 웬만하면 여기에서 쉬어가는데 오늘은 강쥐 바위 부근에서 팍~쉬었기 때문에 패스
그런데... 되게 한참 온 것 같은데 한계삼거리에서 1.2km 밖에 안 온겨?

너덜지대 진입이다.

능선길을 걸으면 누릴 수 있는 특수가 조망이니까 실컷 즐겨 즐겨~




나는 한 번도 못가 본 점봉산... 저 너머에는 곰배령이 있지.....
아까 강쥐 바위 부근에서 어떤 남자분이 말이... 자기는 대간 중인데 오늘 점봉산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산행을 생각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게 돼서 공단 직원한테 걸릴까 봐 여기로 왔다고 하신다.
내일은 점봉산에 들어간다고..... 아웅~~ 나는 저기 가보기는 틀린 듯.... 남들이 다녀온 거 구경이나 해야겠다.ㅎ

가리봉과 주걱봉..

귀때기청봉까지 넣어서 담는다.

내설악의 핵심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용아장성 초입에는 백담사가 있고 끝무렵에는 봉정암이 있다.

곡백운 너머로 저 멀리 금강산까지 오늘은 아주 잘 보인다.
큰 산에 가보면 한쪽이 환상이면 다른 쪽은 별로인 때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사방팔방 모두 다 환상의 조망이라
계속 싱글벙글이다.


가야 할 서북능선과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코스의 확실한 조망 포인트에서 친목 산행 오신 듯 한 아저씨가 담아주신 사진...


가고파도 갈 수 없는 북녘땅의 금강산이 오늘은 더 선명하게 잘 보이니... 가슴이 찌릿하다.

환상~환상~지리산 못 간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잠 못 자고 운전하는 피곤함을 선택하고 산행지 바꾼 거 탁월한 선택이 된 거다.

여기도 기형 나무가 있어서 담아봤다.

마음속으로는 끝청까지 가서 조망을 두루두루 즐기고 되돌아오는 거였는데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는 듯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에 체력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눈은 한없이 즐거워서 설악을 마음껏 가슴에 담아 넣고 있다.

10시 49분 조망 포인트에 도착

눈이 시원해~~


괜히 무리하지 말고 여기서 퍼져 놀다가 돌아갈까? 싶기도 했는데 날파리가 어찌나 많은지 사람이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여서 쉬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조금 더 걸어본다.

등로는 여전히 꽃길이다.




공룡능선에 가면 바위 축에도 못 낄 모양새지만 여긴 이런 것도 귀하니까 한컷 담고 간다.


끝청까지는 약 2km 정도를 더 가야 되는데 계획대로 하면 너무 무리가 될 것이라 여기서 또 돌아설까 말까 갈등~~

딱 한 시간만 더 가서 돌아서는 것으로 마음을 먹고 꽃길을 걷는다.

너무 귀엽기도 하고 희한하기도 해서 담아봤는데 아마도 버섯 종류인듯하다.

11시 31분



이질 풀

12시 07분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돌아서야 되는데....
이제 끝청이 코앞인데 돌아서기가 조금 아쉬워.... 그냥 쭉 가서 오색으로 내려올까? 하고 또 갈등...
12시 30분까지만....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 하산 시간에 쫓길일은 없는데 서두에 말했듯이 지금은 체력이 정상이 아닌 데다 산행을 마친후에 운전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자꾸만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끝청에 올라서서 보는 조망보다 올라가면서 틈틈이 보는 조망이 훨씬 더 좋다.


환장햐~~~~ 이 맛에 힘든 걸 무릅쓰고 이 고생을 하는 거지....

가을의 신호탄으로 끝청 아래에서 언제나 피어나는 구절초... 너도 참 반갑구나.


12시 27분 끝청 도착이다.

막상 끝청에 올라서면 잡목 때문에 사진이 지저분하게 담아진다.
여기도 날파리가 거의 공격수준으로 달려들어서 서 있을수가 없다.

끝청에서 대청봉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내설악이 기가 막히게 보이는 조망 포인트가 있는데...
거기까지 가보는 걸로....

오마~~~ 너도 반갑다.

이 바위를 타고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봉정암을 당겨보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마음껏 조망을 한다.



설악을 넘어서 동해바다도 보이면서 오른쪽 옆구리로 울산바위도 살짝쿵 보인다.

대청, 중청, 소청봉까지..


귀때기청봉 너머로 안산도 깨끗하게 보인다.

여기서 미련 없이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슬금슬금 몰려오고 있는 걸 보니까.... 대청봉 조망을 보겠다고 부득부득 진행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항상 보면 화창하다가도 오후가 되면 공기가 내려앉으면서 시야가 침침해지는데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현상이다.


돌아가면서...


검은 구름이 밀고 들어와도 참 멋진 설악의 풍경이다.
끝청 부근 그늘에 신발까지 벗어놓고 앉아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참 쉬어간다.







4시 28분 한계삼거리
끝청까지.... 갈 때는 휴식시간 포함 4시간 08분 걸렸고 올 때 역시 휴식시간을 포함했지만 3시간 정도 걸렸다.
보통의 발걸음이라면 왕복 4~5시간이면 걸을 거리를 참 오랫동안도 걸었네....

광각으로 이사진 한 장 담고 한계령 휴게소를 향해서 내려간다.


4시 51분

5시 28분

5시 56분

6시 18분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친다.
뒷정리 좀 하고 차에 앉아서 조금 쉬고.... 6시 45분쯤 원통으로 출발...
원통에 들려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다시 출발... 졸음쉼터에서 잠깐 쉰다음 집으로 달려오니 10시 30분쯤 된 시간이다.
설악을 갈 수 있을까?
진짜 가도 되려나?
그러다가 생각한 방법이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가는 만큼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그걸 실천해봤는데 이놈의 산행 욕심은 끝이 없는지 오늘도 어김없이 예정보다는 조금 긴 산행을 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조금 나아진 체력으로 다시 갈 수 있기는 바라면서 산행기를 마친다.
-
까꿍이2022.09.03 02:30
기막히게 좋은 날 설악 서북능선을 걷고오셨네요.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프네요.
금강초롱도 이쁘고 투구꽃도...완전 꽃길을 걷고오셨는데 날씨까지 청명하니 그냥 바라만봐도 입이 다물어지지않는 풍경에 입안 가득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겠어요.
홀로 힘든 운전까지하셨지만 달려가신 보람이 있어보입니다.-
자유의 여신~!!2022.09.05 18:16
날씨가 도와줘서 설악을 아주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야생화가 능선내내 어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지 눈이 많이 즐겁고 좋더라구요.
아~~그게 투구꽃...맞습니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리....ㅎ
이젠 점점 힘든게 버겁고 꽤 가 나니...클낫습니다.
-
-
이호은2022.09.05 06:53
파란 하늘에 끝청에서 바라보는 용아와 굥룡의 모습....
바라만 봐도 가슴뛰게 합니다.
여신님, 그간 코로나로 고생을 하셨군요!
후유증으로 체력도 컨디션도 예전만 못하신데
산에대한 열정 하나로 설악으로 달려가셨습니다.
여름 꽃들도 여신님 오시길 기다리며 발걸음을 반겼으리라 믿습니다,
저도 여름설악이 그리웠으나 휴가기간중 내내 비가내려 포기하고
이제 가을 설악을 기다려 보나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여신님, 컨디션도 안좋으신데 장거리 운전까지 하시며 고생하셨습니다!
아무쪼록 건강관리 잘하셔서 이 가을도 행복한 산행 하실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자유의 여신~!!2022.09.05 18:22
서북능선 중에서도 날씨 좋은날 끝청의 조망은 진짜 환상이죠~
저도 그 풍경을 잊지못해서 무리인줄 알면서도 자꾸만 가고 싶어지네요.
장거리 운전이 아깝지 않은 설악산...
봄부터 가을까지 능선에서 올라서면 계절에 맞춰서 피어있는 야생화들도 늘 반갑고 행복한 느낌이구요.
오색단풍으로 장식할 가을의 설악...그 또한 놓칠수없는 환상의 풍경이죠..
저도 가을쯤에 한번 더 가는걸로 계획은 하고 있습니다.
-
-
피터팬2022.09.05 12:09
많은 고민과 변경 속에... 대박 설악 산행, 탁월하신 선택에 축하를 드립니다.
야간 운전에 홀 산행으로 설악을 다녀오실 정도이시니... 아직은 상위 10%이십니다.
점점 힘든 산행을 피하게 되는 제 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습니다.ㅎ~
끝청 지난 조망명당을 안가시면 어쩌나 했는데... 딱 거기까지 다녀오셨네요.
서북능선은 그 자리에서 보는 것으로 능선을 끝낸거지요.ㅎㅎㅎ
야간운전에... 홀로 장거리 산행... 수고하셨습니다. 즐감하고갑니다.~^^-
자유의 여신~!!2022.09.05 18:26
그러니까요~~
고민과 변경속에 달려간 설악산이 환상의 그림을 보여줘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위10%... 인심을 너무 많이 쓰신거 아닌가요?ㅎ
팬님께서 부끄러워하시다니요?
천부당 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아직은 창창하신 분이 그런말씀은 아니하시는게 어떠실지요...ㅋ
끝청 지나서 조망바위를 안가고 그냥 올 수 가 없더라구요.
서북능선에서는 끝청과 그곳이 하이라이트인걸요...
이젠 힘든게 점점 귀찮아져서 클낫습니다.ㅎ
-
-
하로동선2022.09.07 15:05
대단하십니다
-
자유의 여신~!!2022.09.07 23:36
ㅎ~감사합니다.^^
-
'설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입해있는 카페 대장님에게 이런일이...ㅠㅠ (4) | 2023.12.20 |
---|---|
설악산,오색~천불동..설익은 가을과 이른 겨울이 공존하는 설악산 (1) | 2021.10.18 |
설악산,서북능선-백담사..시작하는 가을을 맞이하러 가다. (0) | 2021.09.10 |
설악산,서북능선-백담사..탱자거린 댓가로 달리기 시합을 ㅎ (0) | 2021.06.10 |
설악산,공룡능선..환장하게 좋은 날씨 덕분(?)에 체력,멘탈이 탈탈 털린날 (0) | 2021.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