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山

한라산/백록담...올 만에 올라본 한라산 정상

자유의 여신~!! 2023. 6. 18. 07:13

 

2023년 6월 16일(금)

나 홀로/택시 (조천~관음사휴게소 18,700원)

관음사탐방안내소-탐라계곡-개미등-삼각봉대피소-왕관릉-서벽조망-백록담-진달래밭 대피소-사라오름입구-

속밭대피소-성판악 탐방안내소

19.1km

am 5:57~pm 6:12..12시간 14분

 

작년부터 제주에 집을 짖느라고 고생길이 열려있었는데 올해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니

제주에 내려오면 할 일이 태산같이 밀려있어서 시간내기가 어려웠다.

.

덕분에 산행을 변변히 못하니 그렇지 않아도 저질체력인 나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바닥을 치는 게 느껴진다.

이젠 일도 어느 정도 했고... 이번부터는 무조건 일주일에 하루는 나의 체력단련에 쓰려고 생각하고 움직이려 한다.

 

또 영실을 가기도 지겨우니 오늘은 지난번에 가려고 했다가 보류했던 백록담을 간다.

2018년 10월 24일에 다녀오고 지금 가니까 5년 가까이 백록담을 멀리했네..

처음에는 삼각봉대피소에서 왕관릉 가는 길 정비한다고 막아놔서 못 가고 그 후로는 사고....

그리고 집 짓느라고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체력이 안될듯하여 멀리한 부분도 있는데  오늘은 막무가내로 도전이다.

 

산행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될 수 있으면 일찍 움직여야 될 텐데 버스를 타기에는 시간이 안 맞기에 새벽에 택시콜을 해서 

관음사 휴게소에 와 국수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을 주문해서 국수는 아침으로 먹고 김밥은 산행식량으로 챙겨 넣는다.

(새벽 5시부터 영업,절기마다 산행시간에 맞춰서 오픈하는듯하다)

 

버스정류장에 들려서 시간표 한 장 담고

 

탐방안내소로 간다.

 

숲길로 들어가서 천천히 걷는데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몇 명씩 무리 지어 올라가는 걸 보니까 괜히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8.7km

나는 과연 몇시간 걸려서 올라 갈 수 있을까?

 

구린굴...

예전엔 몰래 저기도 들어갔다 갔는데 오늘은 패스~

 

깔딱이 계단길..

 

탐라계곡 화장실도 신식으로 바꿔놔서 깨끗하고 좋다.

 

8시 16분 원점비 갈림길에 도착...

그동안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저기를 한 번도 안 들어가 봤길래 오늘은 잠시 들려보기로 한다.

 

아까 갈림길에서 약 150 m 정도 들어와야 이런 추모비가 있다.

젊은 청춘들이 한순간에 하늘에 별이 된 이곳에 와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잠시 눈감고 두 손 모아 이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이분들을 추모하러 누군가들이 최근에 다녀간 듯 흰 국화꽃 몇 송이가 싱싱하게 있다.

 

배낭을 여기에 벗어놓고 15분간 다녀왔음...

 

울창한 소나무숲길 걷기

 

우리 집 마당엔 수국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데 산에는 산수국도 때 맞춰서 피어나고 있다.

 

조 위가 삼각봉 대피소랑 멋진 삼각봉이 있는 곳이다.

 

10시 03분 삼각봉 대피소 도착

예전에도 많이 느렸지만 출발한 지 4시간이 다되어서야 여기에 온 걸 보니까 내가 훨씬 많이 느려졌지만

여기에 와서 멋진 삼각봉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이다.

 

왕관릉도 오랜만일세~~~

 

여기도 화장실 개선공사를 해놔서 맘에 든다.

한라산의 모든 화장실을 같은 형식으로 개선해 놔서 어딜 가도 불편함이 없다.(휴지도 비치되어 있음)

 

멋져~~`

 

백록담 서벽과 삼각봉을 한 화각에 담느라고 광각을 심하게 썼더니 외곡이 일어나긴 했지만 멋지다.

 

삼각봉 인증~

발목이 잘려버렸네.... 사람들은 인물사진 찍을 때 왜 발목을 자를까??? ㅎㅎㅎ

허벅지쯤에서 자르던지, 전신을 넣던 지 하면 좋을 텐데 꼭 발목을 잘라서 찍어준다.

그렇거나~저렇거나~암튼 사진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치구경하면서 김밥이랑 두유로 끼니를 해결하고 10시 30분 왕관릉으로 출발

 

아흐~~~ 하늘이 예술이다.

 

마지막으로 삼각봉을 한번 더~~~

 

 

"영상앨범 산"에 출연했을 때 우리 정준이가 말했던 구조표시목 26번인데 위치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꿨네...

 

용진각 샘물

예전엔 여기서 물보충하곤 했는데 이젠 먹지 말라고 하니 시원한 물에 손이라도 씻는다.

 

용진각 현수교

 

다리를 건너오니 이아이가 방긋이 웃으면서 눈길을 뺏는다.

 

태풍에 날아가버린 용진각 대피소자리

 

지나온 방향 가운데 서있는 투구바위...

 

당겨보고....

 

장구목

 

저 능선 뒤쪽에 쏙~올라와있는 봉우리가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으로 올라오면 보이는 장구목의 윗부분이다.

 

왕관릉으로 오르는 깔딱인데... 전부다 데크계단으로 도배를 해놓아서 관음사 코스의 야성미가 싹 없어졌다.

 

그래도 틈새로 보이는 백록담 서벽의 멋짐은 어쩔 수가 없네...

 

장구목방향

 

겨울에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야성미 뿜뿜인 서벽...

 

이제까지는 환상적인 하늘을 보여주더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길고 긴 계단길을 올라와 11시 28분 왕관릉에 도착해서 잠시 쉼을 한다.

 

몰려온 구름이 시야를 가려버려서 뵈는 게 없다.

주변에 꽃들을 담으면서 백록담을 향해서 또 오름질이다.

 

왕관릉을 지나니까 병꽃이 화려하게 피어서 지친 발걸음에 활력을 넣어준다.

 

얘네들도 무척 많이 피어서 조화를 이루니... 눈이 즐겁다.

 

 

고사목에서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늘은 이미 구름이 뒤덮어서 점점 더 뵈는 게 없어지고 있다.

 

구름에 살짝 가리어진 이모습도 멋있다.

 

이쪽은 아직 볼만하다.

서벽의 저 바위가 볼 때마다 멋있다. 

겨울엔 훨씬 더 야성적으로 느껴진다.

 

얘는 저 가운데를 뚫고 올라와서 꽃을 피웠네...

 

12시 23분

백록담 분화구가 반쯤 보이는 포인트에 도착...

 

 

어떤 아저씨가 담아주셔서 인증 하나 하고...

이곳에 다시 선 게 좋아서 싱글벙글이다.

 

하나 더~

 

여기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볼만한데 구름이 감춰버려서 보이질 않네..

 

흰 병꽃도 피어 있길래...

 

12시 41분 

7시간 가까이 걸려서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

 

널, 다시 만나서 반갑구나~~

 

평일인데도 인증줄이~~

 

나는 요기서 인증

 

그리고 백록담과 데이트을 즐긴다.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쉬고 1시 30분 하산 시작....

아직도 인증줄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사라오름이 보이는데 오늘은 도화지네....

 

내려오다가 뒤돌아보고...

 

저 여자분은 교포시라는데 부부가 어린 남매를 캐리어에 메고 등산을....

두부부의 도전이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사진을 담아도 되느냐고 물어보니까 포즈까지 취해주시는 센스~~

여자분 등에 있는 애기는 5~6 개월쯤 되어 보인다.

 

 

뒤돌아보니 백록담이 멀끔해졌네....

 

2시 55분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신발까지 벗어놓고 푹 쉰다.

 

20여 분간 휴식을 마치고 다시 내려가기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40여 분간 내려와 4시경에 사라오름 삼거리를 통과한다.

오늘은 체력도 관리해야 되고 시간도 애매하니까 사라오름 탐방은 다른 날 날 잡아서 여기만 다녀갈 생각이다.

삼각봉~진달래밭까지 그리도 많이 피어있던 병꽃은 이제부터 구경을 할 수 가없다.

 

4시 37분 속밭 대피소 도착

저 안에 들어가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잠시 쉬고 있는데 아까 백록담에서부터 교행 하던 부부와

어린 남매가 도착해서 들어온다.

큰아이(여)는 9~10살쯤 되어 보이고 작은아이(남)는 7살이라고 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칭얼거리지도 않고 참 잘 걷는다.

그런데 식량이 부족한 듯...내가 가지고있던 비스켓 하나를 나눠줫는데...가만히 보니까 물이 부족한듯...

나에게 남은 마지막 물 500미리 하나가 있는데 그걸 따서 반 나눠줬더니 너무 고마워한다.

아이들 복장은 어쩔 수 없지만 엄마, 아빠도 동네 산책 나온듯한 차림....

배낭도 없이 에코백하나 어깨에 메고 어린아이들 둘을 이끌고 백록담 산행이라니....

산행인식이 참 안타깝고 아슬아슬하다.

저러다가 악천후라도 만나게 되면 어찌 대처를 할꼬~~~~~

얼마전에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이 악천후에 고생했다는 뉴우스가 오버랩되는건 기우일까?

 

20여분간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는다.

 

오지랖 넓게 남의 걱정을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6시 11분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의 길고 긴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장거리산행을 했더니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ㅎ

관음사 시작고도 596m

정상 1,950m

성판악 해발고도 757 m

빡세게 올라갔다가 정신없이 내려왔네...

 

길을 건너와 281번 버스를 타고 시청 앞에서 집에 오는 버스로 환승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까 딸 부부가 아직 퇴근 안 하고 있다가 엄마가 오늘은 늦게 올 거라더니

생각보다 일찍 왔다면서 반겨주니 이 또한 좋네...

 

5년 만에 다시 찾은 백록담과의 조우는 꽤 괜찮은 만남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올라갔지만 이렇게라도 내 발로 걸어오를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산행기를 마친다.